마라톤 수필



Home > Introduction > 마라톤수필

마라톤수필

제목 [기본] 외다리 돼지 등록일 2016.09.30 04:17
글쓴이 박복진 조회 1870



이야기 그 둘, 외다리 돼지                                      

 

  스코틀랜드 북부 한적한 시골에 한 농부가 살고 있었답니다. 너무 외지고, 너무 한적해서

그곳을 통과하는 사람은 한 해에 한 명이나 될까, 말까? 어느 날, 이곳을 지나던 한

나그네가 있었는데, 가던 길을 잃어 이 집 주인에게 길을 묻고 싶어 삐죽이 나무대문을

밀고 들어갔습니다. 이 농부는 길 안내는 둘째로 치고, 몇 년 만에 자기 집을 들려준

사람이 고마워, 사람이 그리워, 아주 친절하게 안으로 모시고 차를 대접하며, 감춰둔

포도주도 한 잔 따라주고, 잘라놓았던 빵도 내놓았습니다. 스코틀랜드 사람이 엄청 지독한데

자기 먹을 것을 내놓았다하면 그 농부가 얼마나 사람에 굶주렸나를 짐작할 수 있지요.

 

  먹을 것을 다 먹고 나자 이 농부는 그 손님에게 자기 집을 설명해 주며 조금이라도 더

머물고 가길 바랐습니다. 그 농부는 앞장서서 집 구석, 구석을 안내하며, " 여기는 시집

간 우리 딸 아이 방인데 그 아이가 세 살 때 저 문갑에 머리칼이 끼어서 우리 두 부부는

그 머리칼을 빼려고 이쪽 구석으로 다리를 이렇게 뻗고 손은 이쪽으로 모아 나는 딸아이

머리칼 리본을 잡고 우리 마누라는 딸 아이 몸을 안았는데 아, 글쎄, 그 빨간 리본이

쑥 빠지면서 쭉 찢어졌습지요. 저게 그때의 그 리본입니다 ". “ 여기 이 다락방은 내가

매 주 수요일 오후, 해가 저쪽 밤나무 가지 끝에 걸릴 때쯤 일주일에 한 번씩 저쪽 창문을

열고 환기를 시키는데요, 지난 45년 동안 단 한 번도 거른 적이 없습지요".

 

  이런 식으로 그 농부는 신이 나서 집 안 구석, 구석을 데리고 돌아다니며 집 안 가구와

그것들에 얽힌 이야기를 풀어나갔습니다. 그리고 가시는 길이 바쁘지 않으면 하룻밤을

이곳에서 주무시고 가는 것도 생각해 보시라고 하였습니다. 마침 시집간 딸의 방이

비어있으니 그곳에서 주무시면 내일 아침 커피와 빵 값 포함해서 단 돈 15파운드로

모시겠다고 하였습니다. 그것도 작년 성탄절 전야 폭설 때 한 손님의 경우에 비하면

2파운드나 헐한 가격이라는 설명과 함께. 어느 정도 말을 하고나니 이제 나그네에게

먹인 게 아까워 돈 우려낼 생각으로 그랬겠지요. 쉬 이해가 갑니다.

 

   집 안 이곳저곳을 설명 받던 그 나그네는 뒤란의 끝에 있는 한 돼지막에 이르렀습니다.

집주인인 그 농부가 다시 잽싸게 앞장을 서서 그 돼지에 대해 설명해주기 시작했습니다.

 " 이 돼지는 보통돼지가 아닙니다. 재작년 봄, 우리 두 내외가 밀밭에 나가 일하고 있을 때,

우리 집 헛간에서 불이 났습니다. 그러자 이 영리한 돼지는 즉각 사태의 심각성을 알고,

무지하게 애를 쓴 끝에 돼지막을 뛰쳐나와 설라무네, 앞 냇가로 달려가 풍덩! 하고

자기 몸을 내던져 자기 털에 물을 적신 다음, 다시 불이 난 헛간으로 돌진해서 몸을

내굴리며 그 불을 껐다 아입니까! 굉장히 영리한, 우리 스코틀랜드가 자랑할 만한

엄청난 돼지입지요 " .

 

   그러자 크게 감동한 그 나그네는 고개를 끄덕이며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존경으로

자기 두 다리를 모으고 목 부분 셔츠 칼라를 세워 가운데를 맞추며 그 돼지를 잠시

바라보다가 그 돼지에는 다리가 하나 밖에 없는 걸 보고, " , 정말 훌륭한, 스코틀랜드가

자랑할 만한 대단한 돼지입니다. 그런데, 어떻게 해서 저 돼지는 다리가 하나 밖에 없죠? "


그러자 그 주인 농부는 쓰고 있던 낡고 헌 가죽 모자를 이마 눈썹 위로 치켜 올리며,

입 가장자리에 흘러내린 침을 주먹 등으로 훔치고선 대답했습니다. " , 그렇게

훌륭한 돼지를 한꺼번에 다 먹을 수가 있어야지요! "

 

춘포

박복진

faab  마라톤화 대표

 

 

 

다음글 | 그 남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