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블루스 블루하면 푸르다는 것인데 푸르면 왜 우울한 기분이라는 뜻이 되는지 잘 모르겠다. 나의 뇌에는 푸른색은 밝고 희망이 있는 색으로만 인지되어있으니 말이다. 나에게는 블루하면 금방 떠오르는 옛날 외국의 유행가가 있다. 내가 엄청나게 좋아했던 사랑은 푸른색, Love is Blue 즉, 사랑은 우울해였는데 가사 내용보다 멜로디를 먼저 접한 나에게 이 음악은 우울은 커녕 금방이라도 잔디 마당에 나가 웃통을 벗고 춤을 출 수 있을 것 같은 감미로운 멜로디였었다. 특히 폴 모리아 악단이 연주했던 이 음악은 그 당시 음악을 많이 접할 수 없던 시절이어서 그렇지만, 예민한 감수성이 최고조에 달한 청소년 시절이어서 더 그랬지만, 이 멜로디는 내 귀의 귓바퀴를 가느다란 솜뭉치로 살살 간질이며 복잡한 육체 신경 계통 회로에 단 한 번의 부딪힘이 없이 돌고 돌아 가슴속 깊은 내면을 직통으로 후벼 파고들었다. 아마 정밀한 수퍼 컴퓨터 속도계가 있어 쟀다면 귀로 들어온 멜로디 신호가 가슴속을 적시고 내 감정의 스펀지에 안착하여 나를 뇌쇄시켰던 시간은 몇만 분의 일 초 속도였을 것이다. 세월이 많이 흘러 나는 이 음악, 사랑은 푸른색, 사랑은 우울해, Love is Blue를 뉴질랜드의 남섬을 여행할 때 우리를 태우고 가는 리무진의 CD에서 다시 들었다. 지구의 남반구 알프스라는 뜻의 서든 알프스라는 곳을 여행 중이었는데 그곳은 물이 하도 맑아 거울 호수라는 이름을 가진 매우 유명한 곳이었다. 그때 우리 일행들은 그 거울 호수를 좋다거나 너무 아름다워 죽여준다거나 하는 일체의 표현을 잊고 그저 숨이 멎은 상태로 바라보았다. 물의 색깔은 짙은 푸른색이었는데 너무 맑아 주변 수목과 산세를 거울같이 비치어내니, 나에게는 이 세상에 태어나서 그렇게 아름다운 푸른색의 자연 풍경은 처음이었다. 이때 우리를 태운 리무진에서 CD를 통해 흘러나왔던 폴 모리아 악단의 이 음악, 나의 두 눈에서는 통제 불능의 뜨거운 눈물이 주르르 흘러내렸는데, 아마 이것은 지금 바라보는 호수가 푸른색이니 슬프다거나, 푸른색이어서 우울해서가 아니라, 이 음악을 알았을 당시의 아련한 옛 추억이 떠올랐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비가 와서 질퍽거리는 시골 동네 신작로에 시커먼 매연을 뿜으며 화물자동차가 한 대 지나간다. 웅덩이에 고인 빗물이 흙탕되어 길옆으로 튀긴다. 이 흙탕물은 라디오, 전축 수리집 소리사 점포 밖으로 내놓은 사과 궤짝 같은 큰 스피커 그물망에 그대로 튕겨 안긴다. 그러자 절묘하게도 기다렸다는 듯이 이 음악, 폴 모리아 악단의 Love is blue가 흘러나온다. 스피커 그물망에 뒤집어쓴 오래된 흙먼지, 그 위에 방금 젖은 진흙으로 분칠된 그 사과 궤짝 스피커에서 이렇듯 감미로운 멜로디가 나오다니. 나는 가다가 걸음을 멈추고 처음으로 듣는 이 음악이 다 끝날 때까지 거기 그 자리에 옴짝 안 하고 서서 이 음악을 듣는다. 그리고 또 듣고 싶어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오랫동안 그 자리를 뜨지 못한다... 벌써 석 달째 소위 중국발 코로나바이러스19 전염병이 나라를 짓누르고 있다. 사람 간 접촉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니 그것을 따를 수밖에 없다. 다행히 나는 귀촌해서 시골 독립가옥에 사니 끊고 자시고 할 것 없이 그냥 평상시대로 집에만 있으면 된다. 도회인들은 평소의 왕성한 외부 활동을 못 하니 이렇듯 우울함이 생겨 그런 기분을 코로나 블루스라고 부르지만 나는 집 안에서만도 언제나 할 일이 지천으로 널려있다. 창고에서 목공 연장을 잔뜩 꺼내 펼쳐놓고 그동안 미루었던 일을 한다. 데크의 썩은 부분을 뜯어내고 새로운 방부목으로 부분 땜질하기, 지붕의 처마 목재 부분에 하얀 페인트 칠하기, 코로나19 때문에 학교에 못 가고 이곳 시골로 피난 온 손녀와 나무 자투리로 새집 지어 나무에 매달기, 서서히 봄 밭농사 준비로 텃밭의 검불 걷어내기 등. 또 주문 온 신발의 배송도 해야 하고, 매일 두 시간 정도 뒷산 임도도 뛰어야 하고 사물놀이 연주를 위해 장구 가락 연습도 빠뜨리지 않아야 하고... 나에게는 강제적인 사회적 격리 때문에 외출을 못 하니 오히려 할 일이 더 많다. 오늘은 할 일이 하나 더 생겼다. 이따가 커피 한 잔을 타서 손녀가 작명한 마당의 벤치, 하양이에 앉아, 아들이 사준 블루투스 스피커로 Love is blue 음악을 들으며 그래서, 블루가 왜 우울하다는 건지 다시 제대로 느껴봐야겠다. 대한민국 뜀꾼신발 faab 마라톤화 대표 춘포 박복진 ** 중국발 코로나 바이러스의 퇴치를 위해 영웅적으로 수고하시는 수 많은 의료인들, 검역인들, 자원봉사자 여러분들께 진심으로 존경과 감사를 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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