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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기본] 코로나 블루스 등록일 2020.03.19 15:51
글쓴이 박복진 조회 226




코로나 블루스

 

   블루하면 푸르다는 것인데 푸르면 왜 우울한 기분이라는 뜻이 되는지 잘 모르겠다. 나의 뇌에는 푸른색은 밝고 희망이 있는 색으로만 인지되어있으니 말이다. 나에게는 블루하면 금방 떠오르는 옛날 외국의 유행가가 있다. 내가 엄청나게 좋아했던 사랑은 푸른색, Love is Blue , 사랑은 우울해였는데 가사 내용보다 멜로디를 먼저 접한 나에게 이 음악은 우울은 커녕 금방이라도 잔디 마당에 나가 웃통을 벗고 춤을 출 수 있을 것 같은 감미로운 멜로디였었다. 특히 폴 모리아 악단이 연주했던 이 음악은 그 당시 음악을 많이 접할 수 없던 시절이어서 그렇지만, 예민한 감수성이 최고조에 달한 청소년 시절이어서 더 그랬지만, 이 멜로디는 내 귀의 귓바퀴를 가느다란 솜뭉치로 살살 간질이며 복잡한 육체 신경 계통 회로에 단 한 번의 부딪힘이 없이 돌고 돌아 가슴속 깊은 내면을 직통으로 후벼 파고들었다. 아마 정밀한 수퍼 컴퓨터 속도계가 있어 쟀다면 귀로 들어온 멜로디 신호가 가슴속을 적시고 내 감정의 스펀지에 안착하여 나를 뇌쇄시켰던 시간은 몇만 분의 일 초 속도였을 것이다.

 

   세월이 많이 흘러 나는 이 음악, 사랑은 푸른색, 사랑은 우울해, Love is Blue를 뉴질랜드의 남섬을 여행할 때 우리를 태우고 가는 리무진의 CD에서 다시 들었다. 지구의 남반구 알프스라는 뜻의 서든 알프스라는 곳을 여행 중이었는데 그곳은 물이 하도 맑아 거울 호수라는 이름을 가진 매우 유명한 곳이었다. 그때 우리 일행들은 그 거울 호수를 좋다거나 너무 아름다워 죽여준다거나 하는 일체의 표현을 잊고 그저 숨이 멎은 상태로 바라보았다. 물의 색깔은 짙은 푸른색이었는데 너무 맑아 주변 수목과 산세를 거울같이 비치어내니, 나에게는 이 세상에 태어나서 그렇게 아름다운 푸른색의 자연 풍경은 처음이었다. 이때 우리를 태운 리무진에서 CD를 통해 흘러나왔던 폴 모리아 악단의 이 음악, 나의 두 눈에서는 통제 불능의 뜨거운 눈물이 주르르 흘러내렸는데, 아마 이것은 지금 바라보는 호수가 푸른색이니 슬프다거나, 푸른색이어서 우울해서가 아니라, 이 음악을 알았을 당시의 아련한 옛 추억이 떠올랐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비가 와서 질퍽거리는 시골 동네 신작로에 시커먼 매연을 뿜으며 화물자동차가 한 대 지나간다. 웅덩이에 고인 빗물이 흙탕되어 길옆으로 튀긴다. 이 흙탕물은 라디오, 전축 수리집 소리사 점포 밖으로 내놓은 사과 궤짝 같은 큰 스피커 그물망에 그대로 튕겨 안긴다. 그러자 절묘하게도 기다렸다는 듯이 이 음악, 폴 모리아 악단의 Love is blue가 흘러나온다. 스피커 그물망에 뒤집어쓴 오래된 흙먼지, 그 위에 방금 젖은 진흙으로 분칠된 그 사과 궤짝 스피커에서 이렇듯 감미로운 멜로디가 나오다니. 나는 가다가 걸음을 멈추고 처음으로 듣는 이 음악이 다 끝날 때까지 거기 그 자리에 옴짝 안 하고 서서 이 음악을 듣는다. 그리고 또 듣고 싶어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오랫동안 그 자리를 뜨지 못한다...

 

   벌써 석 달째 소위 중국발 코로나바이러스19 전염병이 나라를 짓누르고 있다. 사람 간 접촉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니 그것을 따를 수밖에 없다. 다행히 나는 귀촌해서 시골 독립가옥에 사니 끊고 자시고 할 것 없이 그냥 평상시대로 집에만 있으면 된다. 도회인들은 평소의 왕성한 외부 활동을 못 하니 이렇듯 우울함이 생겨 그런 기분을 코로나 블루스라고 부르지만 나는 집 안에서만도 언제나 할 일이 지천으로 널려있다. 창고에서 목공 연장을 잔뜩 꺼내 펼쳐놓고 그동안 미루었던 일을 한다. 데크의 썩은 부분을 뜯어내고 새로운 방부목으로 부분 땜질하기, 지붕의 처마 목재 부분에 하얀 페인트 칠하기, 코로나19 때문에 학교에 못 가고 이곳 시골로 피난 온 손녀와 나무 자투리로 새집 지어 나무에 매달기, 서서히 봄 밭농사 준비로 텃밭의 검불 걷어내기 등. 또 주문 온 신발의 배송도 해야 하고, 매일 두 시간 정도 뒷산 임도도 뛰어야 하고 사물놀이 연주를 위해 장구 가락 연습도 빠뜨리지 않아야 하고... 나에게는 강제적인 사회적 격리 때문에 외출을 못 하니 오히려 할 일이 더 많다. 오늘은 할 일이 하나 더 생겼다. 이따가 커피 한 잔을 타서 손녀가 작명한 마당의 벤치, 하양이에 앉아, 아들이 사준 블루투스 스피커로 Love is blue 음악을 들으며 그래서, 블루가 왜 우울하다는 건지 다시 제대로 느껴봐야겠다.

 

대한민국 뜀꾼신발 faab 마라톤화 대표

춘포

박복진

 

** 중국발 코로나 바이러스의 퇴치를 위해 영웅적으로 수고하시는 수 많은 의료인들, 검역인들, 자원봉사자 여러분들께 진심으로 존경과 감사를 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