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시골길을 달리는 게 좋다.
아주 오래 전 돌아가신 저의 부친은 평범한 농부이셨습니다. 소 쟁기로 논을 갈아 모를 심어 쌀을 생산, 식구들의 배를 채워주셨고 삽으로 흙을 파서 돌을 골라내어 고른 흙에 배추심고 고추 심어 김장으로 긴긴 겨울 반찬 걱정 없이 식구들을 부양하셨고 호미로 밭을 갈아 깨를 심어 깨기름을 생산, 식구들의 입맛도 살려주셨습니다.
호남평야 너른 들녘, 서쪽으로 기울어가는 무지 무지하게 큰 태양의 저녁노을이 빠알갛다 못해 검붉은 핏빛으로 변해가면 긴 하루 들일 다 마치시고 논두렁 고랑 물에 흙 묻은 발과 하양 고무신 훌훌 씻으시고는, 다 비우신 노오란 두꺼비표 막걸리 주전자를 지게 꼭지에 덜렁덜렁 매어달고, 그 지게에 당신 쟁기를 얹히시고는 소의 고삐를 잡고 느릿느릿 걸어 집으로 향하셨습니다.
가자, 가자 어서 가자, 이 노옴아. 니네 집으로 어서 가자 이 노옴아. 해 넘어가는 것 안 보이냐 이 노옴아.....이랴, 쪼쪼쪼...
그러면 소 방울 워낭소리는 지게에 매단 노오란 양은 술 주전자 덜거덕 소리와 함께 듣는 이 없는 너른 들녘을 허우허우 날개 짓 하며 퍼져갔습니다.
나는 그 뒤를 손가락에 잠자리 한 마리 꾸미 꿰어 들고 맨발로 따라갔습니다. 따라오면서 자꾸만 뒤를 돌아보며 저 검붉은 태양이 우리 집 가는 길 어디까지 따라오는지 연신 고개를 서쪽 지평선으로 돌렸습니다.
그래서 그런가요, 나의 유소년 시절 내 머리 속 하얀 도화지에 그려진 소년의 무지개는 깊게 침잠 투습되어 지금도 사라지지 않습니다. 나이 들어가며 더 진해지기만 합니다.
정말로 그래서 그런가요, 나는 달리기를 나갈 때, 번잡한 도시의 하천이나 공원보다는 시골길이 더 좋습니다. 구불텅 구불텅 논두렁 논물 길 따라, 졸졸졸 시냇물 따라 달리기가 그렇게 좋습니다. 내가 사는 이곳의 내 정겨운 길오달 ( 길게 오래 달리기 ) 코스 용담리, 대석리, 세월리, 전북리, 금사리, 상호리, 하호리, 송현리, 후리, 상품리, 명품리, 백자리. 그렇게 달리다보면 다가섰다 다시 멀어지는 남한강 물줄기가 참 좋습니다. 강물은 그 위에 놋쇠 펴는 망치질 자국같이 너울대는 잔물결의 오목과 볼록의 하모니를 만들어내고, 구름은 달리는 나를 가만히 내려다보며 눈 마주침을 위해 거기 그렇게 오래 서있고, 귓속으로 들어와 맥없이 한 바퀴 뱅그르르 돌고 나가는 강변의 바람 한 점은 한 번 더 그렇게 하고 싶어 안달입니다 또 그렇게 달리다보면 좌,우 침엽수 사이에 가오리연 꼬리처럼 하느작 거리며 우로 좌로 심심풀이 굽은 산골 마을 길이 나옵니다. 낮으나 결코 얕볼 수 없는 고개 마루가 있는 매우 한적한 산골 지방도로입니다. 모처럼 만나는 빨강색 소형차 한 대는 전방주시보다는 달리는 나를 빤히 바라보며 금방이라도 말 한 번 걸면 차를 멈출 것 같은 미소를 보냅니다.
나의 개와 함께하는 시골길 한 바퀴 길게 오래 달리기, 나는 시골길이 좋습니다.
춘포 박 복진 대한민국 뜀꾼 신발 faab 마라톤화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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