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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기본] 나는 태극기가 좋다. 등록일 2016.09.30 05:22
글쓴이 박복진 조회 1958




나는 태극기가 좋다.

 

   짙은 검정 해군 동정복을 입은 해군 수병의 바지 주름은 칼로 써도 무방할 듯 날이 서 있다. 그 옷 윗도리 목

뒤에 해군 수병 특유의 세일러복 칼라에 잡힌 세 줄 다림질 선은 자로 재서 대패로 밀고 그 위에 다시 튕겨

그어 놓은 목수의 먹줄처럼 반듯하다. 조금 전 기계로 깎고 다시 먹칼로 민 것 같은 파르르한 이발자국이

선명한 해군 수병 뒤통수 위에 가을 햇살이 일자로 내려박혀 꽂혀있다. 이 해군 수병의 안내를 받아 나는 소위

내빈석이라는 곳에 착석했다. 축구장 다섯 배는 돼 보이는 내 눈 아래 커다란 연병장에 대와 오를 맞춰 미동도

없이 도열해 있는 1,000여 장병들이 이루어 놓은 직선의 느낌이 섬뜩하다.

 

   국기에 대하여, 받들어 총! 구령이 떨어지자 연병장의 지축을 울리는 충성 구호, 부대기와 태극기 그리고

좌우에 착검을 한 국기병의 하얀 장갑 낀 손으로 공기를 가르는 것 같은 절도 있는 받들어 총 집총 자세가 또

한 번 섬뜩하다. 일 초의 기다림이 없이 의장대의 악대가 허공을 향해 준비된 곡을 연주하고, 바로 그 때 그

위를 나르던 새 두어 마리는 질겁하고 비상한다. 그러자 제 2 의 예 동작으로써 맨 앞에 번득이는 지휘 검을

차고 일렬횡대로 서 있던 제병 지휘관 넷, 그리고 그 제병 지휘관들을 지휘하는 장성 하나가 국기병의 방향을

열어주는 동작으로 위치 이동을 한다. 앞뒤로 내어 젓는 손동작 따라 포물선을 그으며 상하운동을 하는 황금색

지휘검. 그 지휘 검들을 향해 묵직하나 절대로 작지 않은 구령이 호수 한 가운데 굵은 얼음이 갈라지는 것 같은

무게로 연병장에 다시 던져졌다. 받들어 칼! 그러자 황금색 칼 다섯이 하늘을 한 번씩 찌르고 다시 땅을 향해

끝을 겨눈다.

 

    나는 조국을 위한 이런 순수의식이 몹시 자랑스럽다. 늦가을 스산한 아침 바람에 가만히 펄럭이고 있는

대한민국 태극기. 태극의 파랑과 빨강의 조화가 눈이 시리도록 아름답다. 나도 국기를 향해 거수경례로써 예를 표하며 가만히 조국의 태극기를 올려다보며 조국의 의미를 되새겨 보았다. 3년 전, 보스톤 마라톤 현장, 죽을힘을 다해 상심의 언덕을 치고 올라 갈 때 그 언덕 어디에선가 나에게, “ 힘내라! 힘내라! ” 라고 우리말로 소리를 질러

주시던 교포 한 분이 들고 계시던 이국땅에서의 우리 태극기가 주던 그 진한 감동을 다시 한 번 상기한다. 중국

홍구 공원에서 보았던 대한민국 독립투사의 피 바랜 태극기도 생각난다. 아들아! 너에게 살과 뼈가 있다면 애비

의 뜻을 이어 조국의 광복을 기필코 이루어내고, 광복된 조국의 땅에 나를 묻고 그 무덤 위에 술을 따르라!

라고 유언을 했던 애국지사의 태극기다. 그 순간 솟구치는 느낌으로 다가왔던 내 사랑하는 조국애의 진한

감동을 오늘 여기 대한민국 해군 최 수장의 취임식 행사장에서 다시 느낀다.

 

   나는 내 조국이 자랑스럽다. 나는 내 나라 내 태극기가 자랑스럽다. 그래서 나는 나의 전원생활 이주 첫 할

일로 마당 한 켠에 높다란 쇠장대를 세우고 그 꼭대기에 커다란 태극기를 걸어 놓았다. 내 울트라 마라톤

배낭에도 빠짐없이 자수된 태극기를 사서 손으로 꿰매어 놓았다. 당연히 나의 마라톤 복장 왼 가슴에도

빠짐없이 태극기가 달려있다. 해외 나들이 때 풍물연주로 가져가는 내 장구통에도 태극기 스티커가 붙어있다.

연주할 때 장구통 자세가 돌아가 그 태극기가 관객에게 안 보일 까봐 원통을 따라가며 한 뼘 간격을 두고 여러

개 붙어있다. 나는 우리나라 태극기가 좋다.

 

춘포

박복진

faab  마라톤화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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