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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기본] 신발 끈 전문가 등록일 2016.10.11 05:33
글쓴이 박복진 조회 1934




신발 끈 전문가

  다른 공산품도 마찬가지겠지만, 마라톤 신발도 만드는데 여간 복잡한 게 아닙니다. 대부분 신발 한 족 만드는데 밀가루 이겨 넣고 팥 앙금 똠방! 떨어뜨리면 되는 국화빵같이 생각하시지만 실재는 이보다 훨씬 복잡합니다. 마라톤 신발을 만드는 원단, 소재가 다 구비되어 본격적인 조립공정만 해도, 만드는 신발의 종류에 따라 다르지만, 최소 40명에서 60명 정도의 공원이 컨베이어 벨트에 줄 맞춰 앉아 공정별로 재빠르게 손놀림, 발놀림을 해대야 마라톤 신발 한 족이 완성돼 나옵니다. 원단을 칼로 짜르고, 잇고, 재봉으로 박음질하고 갈고, 땡기고, 붙이고, 누르고, 조이고 등,등 쌩 쑈를 해대야만 완성 공정에 이르게 된다는 말씀이지요.

  물론 이 공정은 70 - 80도의 고열 통에 신발을 넣어 구워서 성형을 하고, 그 신발을 빼서 다시 장시간 냉각 시켜서 신발의 원형이 유지되게 하는 공정도 포함되어 있지요. 이것은 비교적 간단한 신발의 공정일 뿐 다른 더 복잡한 마라톤 신발로 가면 작업 공정은 더 까다롭고 더 복잡하며 더 많은 시간과 공을 요구하기도 합니다. 신발 제조 산업은 이처럼 제조 특성상 다른 공산품보다 훨씬 더 자동화에서 멀어져 있어, 선진국에서 후진국으로 물려주는 산업의 맨 앞장에 서있어 왔습니다. 

  이렇듯 사람 손이 많이 가는 신발 제조 산업의 공정에서 제품의 포장 전, 비교적 마지막 공정에 해당 되는 부분이 신발 끈 꿰는 공정입니다. 즉 다시 말해서 신발이 완성되면, 이제 공장 출고, 이동을 위해서 포장 작업에 들어가는데, 포장 작업 직전 신발 끈을 꿰게 됩니다. 끈을 꿰어서 신발로써의 모양이 갖춰지면 이제 팔려 나가도된다는 신호가 됩니다.

  제가 아는 사장님 중에, 그 많은 신발 소재 중 평생 신발 끈만을 만들어서 신발 공장에 납품하며 한 평생을 살아온 끈 전문가 한 분이 계십니다. 방 사장님이라는, 출신은 군산이지만 공장은 부산에서 운영하시는, 예나 지금이나 불변으로 전형적인 군산 그곳 사투리를 강하게 쓰시는 분이십니다. 그 분의 키는 옛날 분치고는 예외적으로 무척 컸습니다. 오죽하면 별호가 방봇대일까요. ( 성씨가 방인 전봇대 )

  하루는 이 분이 저의 사무실을 방문했는데 문을 열고 들어서는 이 분의 머리를 보고 저는
하던 일을 멈춰야했습니다. 그 분의 정수리에는 유태교 신도들이 쓰는, 챙이 없고 둥그런 빵떡같은 모양의 하얀 붕대가 칭칭 감겨져 있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측은지심을 감추지 못하며 조심스럽게 물었지요.

‘ 아니, 방봇대 사장님. 거기 머리 위가 웬일이세요! 교통사고 났어요? ’

  그러한 저의 조심성 있는 질문에 방봇대 사장님은 새로 개발된 신발 끈 견본을 저의 사무실 책상 위에 탁! 던져 올리며 말을 했습니다.

‘ 부산의 우리 끈 공장이 연립주택 지하실이쟈뇨, 잉? 거기 내려가다가 천장에 찧었쇼! 나, 시방 서울대 병원에 가얀당게요! 처 조카 통해서 예약했시오 ’

  그래서 나는 크게 낙담한 이 분의 기분을 좀 돋워주려고 한 마디 더 거들었습니다.

‘ 아니, 무언 놈의 지하실 천장을 어떻게 요란스럽게 찧어서 병원까지 가요? 그리고 동네약국도 아니고 부산에서 서울로 와서 그것도 서울대 병원까지 가요? 되게 찧었나 봐요 ‘

  그러자 신발 끈 전문가 방봇대 사장님은 신발 끈 견본을 정리하다가 다시 머리가 아픈 듯 오른 손으로 붕대로 칭칭 감은 정수리를 한 번 지그시 누르고 나서 하는 말이,

‘ 찐디 또 쪘쇼 ! ’

대한민국 뜀꾼신발 faab 마라톤화 대표
춘포
박복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