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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기본] K 시인에게 보내는 완주편지, 2018년 몽골고비 울트라 마라톤 225km, 메넹편 (6) 등록일 2018.07.26 12:11
글쓴이 박복진 조회 1182




K 시인에게 보내는 완주편지                              

2018년 몽골고비 울트라 마라톤 225km, 메넹편 (6)

    

K 시인아!

    

  몽골의 밤은 아름답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사방팔방 걸그적 거리는 게 없는 대초원의 한가운데니 어디서 보아도 시야가 터진 밤하늘의 별들은 정말로 가깝고 아름답다. 키가 큰 서양 코쟁이 한 분은 그래서, 지난주에 이곳 메넹 방문 기념으로 머리 위 별을 몇 개 따서 가져갔다는 우스갯소리도 들었다.

    

  몽골고비 울트라 마라톤 225km 코스에는 별밤 달리기가 있다. 몽골의 밤은 10시가 훨씬 넘어야 어두워지기 때문에 이 시간을 기다렸다가 뛰어야하는 주자들이 많이 피곤해 하지만, 그러나 별밤 달리기 체험을 해본 모든 주자들은 지나간 이 기다림에 불평이 없었다.

    

  나무가 있을 리 없는 이곳 대초원에서 사람들은 멀리 나가 나무를 구해 왔다. 어렵게 구한 나무들로 마을 사람들이 참여하는 우리들의 환송 캠프 파이어가 진행되는 가운데 출발을 위해 선수들이 어둠속에 섰다. 불타오르는 통나무의 불꽃들이 밤하늘을 향해 가오리연 꼬리 곡선을 그리며 올라간다. 어둠으로 인한 두려움도 조금씩 그 속에 섞여 타들어간다. 대회 관계자의 설명이 탁!! 통나무 불꽃들과 섞여서 모여 있는 주자들 사이를 헤집고 다닌다.

    

, 지금부터 야간 달리기 12km를 시작합니다. 여기는 몽골의 동쪽 끝 메넹  대초원, 주변에 야생 동물들이 많이 사는 곳입니다. 특히 이 지역에는 야행성의 늑대들이 약 3,000마리 정도가 살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곳은 겨울 사냥터로 유명합니다. 우리는 빠른 주자 그룹과 덜 빠른 주자 그룹 이렇게 두 그룹으로 나눠서 단체로 달립니다. 맨 앞에 여러분의 길을 선도하는 차량 한 대가 전조등을 켜서 야생동물들의 공격을 예방하며 가고 그 뒤에 여러분들이 이열 종대로 무리지어 줄을 맞춰 같은 속도로 달립니다. 어느 한 분이 쳐지거나 앞설 수가 없습니다. 모두 함께 달립니다. 그 뒤에 차량 두 대가 양 옆으로 벌리고 전조등을 켜서 여러분의 길을 밝혀주고 따라 갑니다. 여러분은 이 두 차량의 전조등 불빛 속에서만 행동이 가능합니다, 어떠한 경우라도 이 불빛 속에서 이탈하시면 안 됩니다. 만일에 어느 한 분이 사정이 있어서 느려지거나, 멈추거나 하시면 일행 모두가 같이 멈춥니다. 반복 드리자면, 여기는 사람에게 위해를 가하는 야성의 동물, 특히 늑대가 출몰하는 지역입니다절대로 개인행동으로 대열을 이탈하거나, 비춰드리는 차량 전조등 밖으로 나가시면 안 됩니다. , 여러분은 식인상어 서식지 바다에서 쇠 울타리 속에 갇혀 이동하신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혹은 자신들을 공격하는 굶주린 사자들 사이에서 군집 대형을 유지하며 빠져나가는 얼룩말 무리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뭐라는 거야? 재들. 이라는 재미 잔뜩 섞인 소리가 뒤쪽에서 흘러나왔다. 그리고 출발 신호가 울렸다. 그것은 인위적인 것이었지만 장관이었다. 마치 여름 한밤중 야외 자동차 극장 스크린을 보는 것 같았다. 칠흑의 어둠속에서 무리지은 그룹이 한정된 불빛 속에 갇혀있었다. 지평선을 품은 대지는 무섭게 어두웠다. 자동차 전조등 불빛, 거기만 환했다. 그 불빛 속에서 각자 울트라 마라톤 배낭을 메고, 이마의 머릿 불들은 상하좌우로 움직이며 주자들은 달리고 있었다. 차량 전조등 말고는 천지가 칠흑의 어둠. 마치 한밤중에 달아나는 고속도로 위의 범인을 추격하는 CSI 뉴욕, 범죄수사대 헬리콥터의 탐조등같은 그 불빛 속에 불나방 울트라 마라토너들이 달리고 있었다. 그들은 자신들을 어디선가 노려보는 늑대들에게 끊임없는 문자를 날리고 있었다. , 지금 몽골 대초원 칠흑 어둠 속 야간 달리기 하고 있거든! 세계 어느 곳에서도 보기 힘든 괴팍한 야간 달리기 체험중이거든! 이 맛을 모르면 내 앞에 얼씬도 하지 말아야 되거든!

    

박복진

대한민국 뜀꾼신발 faab 마라톤화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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