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 어느 노인으로부터 받은 편지 ( 1 )
안녕하십니까? 춘포 박복진입니다.
예를 들어, 제가 혼불을 읽다가 저자인 최명희 작가님을 만나보고 싶다거나 전화를 걸어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거나 하는 생각이 나더라도 저는 그렇게 할 수가 없을 것입니다. 너무나 훌룡하고, 너무나 유명해서 감히 그런 생각을 못 할 것입니다. 물론 지금은 돌아가셨음으로 그런 생각도 안 나겠지만.
그런데 알량하게도, 대한민국 울트라 마라톤 그랜드 슬래머라는 개인적인 족적, 평범하지만 우찌우찌해서 100km, 200km 정도는 그저 우습게 달리는 사람, 도시를 뒤로하고 적당한 때에 시골로 거처를 옮겨 자연과 벗 삼으며 취미인 달리기와 우리 고유 풍물을 즐기려고 노력하는 사람. 생김새는 된장내 풀풀나는 시골사람이지만 일찍이 무역으로 전 세계를 싸돌아다닌 덕에 하는 일은 국제 관계 일을 하고 있는 사람.
그리고 달리기를 마치고 나서 심심파적으로 올리는 저의 인터넷 글에 어느 때는 나름의 잔잔한 감동으로 저 같은 만만한 사람하고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이도 있나봅니다. 저야 뭐, 엄청 황송해서 몸을 못 가눌 상황이지요.
이렇게 해서 저와 전화로 이야기를 나누거나, 혹은 겸사겸사 제 사업체인 faab 마라톤화 본사, 창고가 있는 이곳 양평으로 직접 나들이 하시는 분이 꽤 계십니다. 그러면 우리는 마라톤으로 이야기 물코를 터서, 인생 이야기, 전원 이야기, 최근 영화 이야기 등으로 한참을 즐겁게 보내곤 합니다. 당근, 탁주 일배도 같이 하고, 제가 배우는 풍물인 장구, 굿거리도 한 판 쳐서 흥을 만들기도합니다. 이 시간이 저에게는 무척 소중합니다.
그러한 분들 중에 어느 한 노인분이 계신데, 이 분은 매 번 장문의 육필 편지로 저를 감동시키십니다. 오늘 아침에 또 한 통 받았습니다. 옆으로만 줄이 쳐진 편지지에 4 쪽을 다 채우시고도 모자라 별첨까지 보내신, 편지 봉투는 어느 은행 현금봉투 인듯 한 것을 쓰신, 아주 꼬장꼬장하신 노인 분의 편지.
직접 밝히시기로 시계, 자동차, 신용카드, 그리고 손전화가 없으신 자칭 4 가지가 없으신 4 무 아날로그 노인 분, 한 때는 준 재벌 못지않은 풍요를 누린 적도 있으셨으나, 돈 몇 억이 없어 몇 백억을 날리시고, 무려 15 년을 거지 중 상거지로 지내셨다는 분,
그러다 마라톤에 빠져 건강과 부를 되찾고 해외 원정으로 100km 울트라 마라톤에도 여러 번 출전하시고, KBS, EBS 에도 여러 분 출연하셨던 분.
이 분이 이번 4 월의 제주 200km 울트라 마라톤 대회 도전을 놓고 달력에 표시된 대회 신청 마감일을 뚫어져라 바라보며 제게 보낸 사연은 이렇습니다.
.....계속됩니다
춘포 박복진 ( faab 마라톤화 대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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