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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기본] 기다림 등록일 2021.09.25 05:59
글쓴이 박복진 조회 421



기다림                                                                                                                       2021. 09. 25

 

  다 되었다. 손님맞이 마지막 수순으로 마당의 잔디 깎기까지 끝났다. 이제 집 안으로 들어가 얼른 씻고 나서 편한 옷으로 갈아입고 나무 그늘 의자에 앉아 우리 집을 향해 돌아 들어오는 동네 입구 농로 쪽을 바라보고 있기만 하면 된다. 내가 좋아하고 존경하는 이분들은 저 길을 통해 약속한 시각에 도착할 것이다. 가을걷이로 콤바인이 훑고 지나간 앞논의 어제까지의 모습이 너무 아쉽다. 누런 황금빛 나락이 하루 사이에 앙상한 벼 구루터기 모습으로 변형되어, 이분들을 기쁘게 해드려야 하겠다는 우리 부부의 마음을 조금 상하게 했지만, 그래도 우리 집은 아직 예쁘고, 우리 집 주변의 시골 정경은 거슬림이 없이 우호적이다.

 

  우리 내외는 이분들을 우리 집에서의 주말 아침, 9시 식사에 초대했고, 이분들은 830분까지 도착하겠다고 했다. 소나티네에서의 아주 특별한 아침 식사 약속이 잡히고 기다리는 지난 보름여 기간, 우리 내외는 행복한 기다림으로 보냈다. 식탁의 싱싱함을 위해 텃밭의 양상추가 그날 딱! 제때에 맞춰 잘 자라도록 물주기를 빼먹지 않았다. 마지막 끝물임이 분명한 가지에게도 그날 딱! 먹기 좋게 자라라고 호미로 구멍을 내서 복합 비료도 한 줌씩 더 넣어주었다. 무우의 새순이 연해서 딱! 먹기 좋을 때 솎으려고 날자 셈을 여러 번 하였다. 캐서 신문지에 싸가지고 냉장 보관했던 당근의 선도도 조석으로 확인하였다. 이 재료들은 두 시간여를 졸여야만 제맛이 나는 아내의 특제 비법, 러시안 수프를 요리하기 위함이었다. 우리는 이분들에게 맛난 음식을 제공해서 소나티네에서의 아주 특별한 식사 추억을 만들어 드리고 싶었다

 

  아침 식사이기에 쌀밥 위주의 포만감만 생겨서는 안 될 것 같다고 아내는 말했다. 그래서 서울로 나가 프렌치 롤 빵을 생으로 사서 에어 플라이 기계로 즉석에서 구워 식탁에 올리기로 했다. 적어도 내 미각에는 내가 프랑스를 여행할 때마다 맛있게 먹었던 이것, 프랑스 롤빵이 최고다. 알맞은 크기, 직사각형도 아니고, 단순 원모양도 아니고, 프랑스 특유의 예술적 감각이 살아있는, 약간 둥굴 넓적 하지만 가운데가 볼록해서 붙잡고 빵칼이 잘 들어가게 생긴, 그 안에 딸기 잼과 땅콩 치즈가 부드럽게 안착되는 프랑스 롤빵. 이 마트 계열 트레이더스 설명에 의하면 그들은 최 단시간 내에 프랑스에서 공수돼오는 빵 형태의 굽기 직전 상태라고 했다. 그래, 이거면 되겠다!

 

  평소의 2인 가족, 아들 내외가 올 경우 많아야 4인 위주의 우리 집 현재 식탁이 아무래도 모두 앉기에는 옹색할 것 같았다. 그래서 의자 하나를 더 구입하기로 하고 서울을 다녀왔다. 앞 접시가 숫자는 맞지만 같은 쌍으로는 부족해서 어제 오후에 양평의 롯데 마트에 다시 급히 다녀왔다. 생과일에 텃밭의 아로니아를 갈아서 싱싱한 주스를 대접하려니 주스용 유리컵이 너무 오래되어 눈에 안 찼다. 더구나 유리컵도 숫자는 맞지만 짝이 안 맞으니 격에 맞지 않을 것 같아 오늘 추가로 사왔다. 무늬가 없는 하얀 종이 식탁 수건이 마음에 안 들어 예쁜 무늬가 있는 걸로 새로 사려고 하였으나, 양평 시골 마트에는 우리가 원하는 그런 격조있는 냅킨이 없었다. 할 수 없이 빨간 땡땡이 무늬가 있는 걸로 사긴 했으나 영 마음에 안 들어 돌아오는 차 속에서 한마디 하게 만든다. 아무리 하잖은 작은 종이 입수건 이지만 이런 제품들에게도 예쁘게 예술성을 가미하는 국민 개개인의 예술적 심미안이 있어야 진정 문화 선진국 국민이 될 것이다. 알겠습니까? 대한의 국민 여러분! 그러자 옆자리의 아내가 지엄하게 한 말씀을 하신다. 당신 faab 마라톤 신발 포장지나 잘 하세요!

 

  지나간 일주일여, 나는 많은 시간을 할애해서 오늘 우리 집을 찾아오시는 손님, 정인이라고까지 부르고 싶은, 이 분들을 위해 치우고 쓸고 딲고 바쁜 시간을 보냈다. 유리창은 물론 창틀의 문짝 바퀴 사이의 먼지까지 귀후비개로 후벼 파고, 손가위로 울타리 전지를 하고, 주변의 잡초를 뽑고, 대문 앞 소나티네 택호의 간판과 눈에 띄는 현관 기둥, 처마 등의 낡은 페인트를 도배칼로 갈고, 문지르고 새 페인트 칠을 하였다. 멀리에서 오시니 차에서 내리면 바로 의자를 찾을 수도 있겠다, 라 생각되어, 대추나무 아래 오래된 하얀 긴의자도 백색 페인트칠을 다시 했다. 우리가 명명한 단풍나무 그늘 밑 티파니 의자도 걸레로 깨끗히 딲고, 그 옆 찻잔 받침대에는 혹시 휴대전화를 올려놓을 수도 있어 묵은 때를 벗기고 하얀 페인트로 다시 칠했다. 아마도 앞마당 동쪽 귀퉁이의 단풍나무 아래 그네에도 앉을지 모른다. 남은 페인트 통을 들고 가서 바닥을 닥닥 긁어 붓이 휘어지도록 눌러 칠했다. 그래도 집 안팍 구석구석이 눈에 안찼다. 내방객이 열흘을 있어도 눈에 안 들어오는 흉한 것들이 나에게는 한눈에 다 들어온다. 그렇지만 여기서 끝내자! 이 정도면 됐다! 라고 내 마음을 잡았다. 그리고 오늘 아침 이렇게 의자에 앉아 그분들을 기다리는 대기모드로 들어갔다. 그러나 좌정하고 일초도 안되어 나는 허리를 굽혀 잔디 속에 고개를 빳빳히 쳐든 잡초 몇 개를 엄지와 검지 사이에 꽉 끼우고는 벼락같이 위로 땡겨 뽑았다. 이걸 들고 두엄자리로 급히 걸어가서 휘익 던지고서는 다시 내 의자로 돌아와 앉았다.

 

  이제 십여 분 남았다. 뒷산의 산비둘기가 구구구하고 운다. 앞 개천의 구룡소 위에 왜가리가 산의 윗둥에 긴 금을 긋고 지나간다. 반가운 이 도착하면 바로 붙잡을 손이 아까막에 잡초를 뽑느랴 묻힌 흙 쬐끔이 묻어있다. 다시 일어나 급히 수돗가에 가서 얼른 수도 꼭지를 왼편으로 틀어 물이 나오게 하고 손을 씻었다. 그리고 다시 급히 내 자리에 와 앉았다. 이제 진짜로다가 시간이 다 돼간다. 육각창문 속으로 아내가 보인다. 식사 준비에 엄청 바빠보인다. 아내가 너무도 예쁘다.

 

춘포

박복진

대한민국 울트라 마라톤 그랜드 슬래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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