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등 요즈음 치약들은 바람만 잔뜩 넣어서 그런지 조금만 써도 푸욱 들어간다. 별도로 적어 놓고 어쩌는가 보려고 사용횟수를 따져보지는 않았지만, 옛날 같으면 치약 튜브 한 개로 한 달 쓸 것을 지금은 그 절만도 못 가서 튜브 몸뚱아리가 말린 꽈리 고추처럼 비비 꼬여 마음이 매우 언짢다. 내가 그렇다고 불평하면 아내는 말한다. 치약 튜브 겉에 내용물이 몇 그램이라고 씌여져 있으면 그 용량대로 돈 받고 파는 것이지 양평 수퍼 좌대에서 사온 치약 하나 가지고 바람이 들어갔네, 물이 들어갔네, 돈 빼먹었네, 라고 궁시렁거리는 것은 나이를 먹은 사람으로서 옳지 않다고 말한다. 그럼 몇 그램이라고 씌인 용량은 그렇다 치더라도 거의 막바지에 눌러 짜서 쓰는데 바람이 많아 밑둥부터 뚜껑 끝 홈까지 완전히 눌러지지 않아 결국 가위로 배를 가르고 치약 잔량을 금광에서 사금 캐내듯 꺼내서 써야 하는 수고는 또 어쩌란 말인가? 옛날처럼 돌돌 말아 올라가면서 쓰고, 눌러놓으면 말아있는 그대로 얌전히 다음 사용을 기다리는, 안에 바람이 없는 그런 튜브가 다시 나오면 좋겠다. 불로 구우면 오징어가 오그라들어 먹는 면적이 쪼그라들까 봐 말린 오징어를 구워서 먹지 못하는 나 같은 사람들을 위해서다. 달리기를 취미로 하는 나 같은 사람들은 양말이 금방, 금방 헤진다. 주로 발뒤꿈치에 먼저 구멍이 나기 시작하는데, 나는 좌,우 무게가 다른 짝궁뎅이 소유자인가, 매번 왼발, 오른발 뒤꿈치가 시일을 둬가며 따로따로 헤진다. 그럼 헤진 양말 발뒤꿈치 구멍을 대충대충 바늘과 실로 꿰매어 신고 나머지 성한 쪽 양말이 헤질 때까지 그 양말의 수명을 연장시켜 왔는데, 이제 그 짓도 못 하게 되었다. 어느 날, 아들과 며느리가 우리 집에 왔을 때 나누는 대화를 스쳐 지나가다가 엿듣게 되었는데, 둘의 대화가 이런 것이었다. 아, 글쎄, 돈 아낀다고 하면서 저녁에 구멍난 양말을 30촉 빨간 전구에 씌워놓고 헤진 구멍 찾아 실꿴 바늘을 들고 천정 올려다보는, 그런 사람이 어디 있냐고? 지금 세상에? 누가 그런다면 데리고 살겠어? 한 번 생각해봐.. 이래, 저래 이제 내 세상은 끝난 것 같다. 그렇게 아끼고 절약하고 허투루 안 쓰며 살아온 내 인생 철학이 아무런 빛을 발하지 못하고, 누구에게도 환영받지 못하고 염천 폭염에 알 시멘트 길바닥에 기어 올라온 지렁이처럼 그냥 말라서 비틀어져 사그라질 것 같다. 그렇게 아끼고 절약하며 모은 게 전부 어디에 있는데? 지금? 어디 딴 데 묻어놨어요? 라고 다잡아 묻는 아내에게 드릴 말씀이 없다. 이제는 그 잘난 쫌씨같은 편협에서 벗어나서 좀 쉽게 살아보라고, 혹여 나 몰래 아낀 것, 절약한 것 지금 어디에 남아 있다면 이제는 그것들 좀 베풀며 살아가라고 하는 아내의 지엄하신 령에 드릴 말씀이 없다. 뭐 쥐뿔이나, 별로 모아 놓은 것이 없으니 아내의 령대로 베풀 수도 없고, 글쎄 마지막으로 딱 한 가지는 베품이 가능할 것 같기도 하다. 나 죽으면 땅에 묻을 때 엎어놓고 엉덩이를 땅 위에 나오게 묻어 필요한 사람 자전거 거치대로 쓰라고나 할까? 춘포 박복진 대한민국 울트라 마라톤 그랜드 슬래머 faab 마라톤화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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